기사입력시간 21.11.15 07:10최종 업데이트 21.11.1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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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협회 “심평원 전산심사 거쳐 지급된 진료비, 소급환수 중단하라”

심평원 전산심사 결함 책임 의료기관에 전가, 행정처분까지...의료인면허 취소법에도 문제 제기

대한의원협회는 전산심사를 통해 기지급된 진료비에 대한 소급환수와 행정처분 조치가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의원협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산심사를 거쳐 지급된 진료비가 급여기준 미비로 뒤늦게 소급 환수되는 것에 항의하고 나섰다.
 
일선 의원들로선 별다른 계도·경고 조치없이 수년간 지급돼왔던 금액이 일시에 환수되면서 부담이 큰 데다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까지 받게 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심평원 수년 지난 뒤 뒤늦은 소급환수...막대한 금액 환수로 행정처분까지 받아 ‘부당’
 
대한의원협회 유환욱 회장은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의원협회 추계연수강좌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주춤하던 방문조사가 최근 재개되고 있는데 문제는 형식보다 내용”이라며 전산심사 심결 지급 진료비에 대한 소급 환수를 문제 삼았다.
 
대표적인 예가 접구개신경절차단술이다. 접구개신경절차단술은 C-arm이라는 장비로 촬영하면서 시술해야 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의원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초음파나 육안으로 보면서 시술하고 청구한 사례들이 확인되며, 심결지급이 있은 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시점에 대거 환수조치가 이뤄졌다.
 
유 회장은 “과거엔 심사 당시에 C-arm 영상 자료를 받아 심결을 했기 때문에 자료가 없으면 삭감을 당하거나 추가로 제출하곤 했다”며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가 대부분 전산으로 바뀌면서 급여기준 미비를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추후에 잔뜩 쌓아서 소급 환수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사 회원들이 처음부터 영상 자료가 없으면 청구가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후 청구시에 영상자료를 첨부하거나 아예 시술이나 청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의사들이 급여기준에 대해 명확히 인지후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수많은 급여기준을 모두 외우고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협회의 지적이다.
 
이에 진료비가 별 문제 없이 지급되면 규정에 맞게 시술을 했다고 여기게 되고, 삭감이 되면 비로소 급여기준을 확인하는 게 통상적이라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부당청구액이 쌓여 일정 기준을 넘어선 의료기관들에겐 규정에 따라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까지 내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훈 부회장은 “심평원은 의사들이 올바른 진료를 하고 제대로 보험청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라며 “수년치가 누적되기 전에 계도나 경고를 해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급여기준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악의적인 부당청구가 아님에도 이를 이유로 영업정지 및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까지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심평원은 최근 심사건수의 다수가 전산으로 바뀌며 업무가 선진화됐다고 하는데 이런 문제조차 해결치 못하면서 심사체계 개편을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이같은 전산심사의 결함을 보완하기 전까지는 일체의 소급환수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한의원협회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법안 추진을 멈출 것을 경고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포퓰리즘과 선동..."지속 추진시 좌시 안 해"
 
협회는 의료인의 면허 취소·결격 사유를 모든 범죄에서 금고 이상 형으로 확대하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서도 ‘포퓰리즘’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은 모든 범죄에 대해 면허취소 등의 자격박탈 규정을 두고 있단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의사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변호사나 회계사는 우월한 법률적 지식을 가진 채 의뢰인의 재산권을 취급하기 때문에 횡령·배임 등을 통해 의뢰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반면,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취할 수 없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점은 형사처벌 외에 파산에서도 확인된다는 지적이다. 의사는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의사 자격엔 지장이 없지만 변호사 등은 파산선고를 받으면 변호사 자격을 잃는데 이는 변호사의 경우,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릴 경우 의뢰인에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할 가능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유 회장은 “의료법은 이같은 이유들을 고려해 지난 2000년에 개정됐다”며 “이를 합당한 이유없이 되돌리려는 시도는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유 회장은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의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비교 대상으로 드는 변호사의 경우 성범죄로 벌금형을 받더라도 변호사 직무수행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반면, 의사는 벌금형만 받더라도 아청법에 따라 의사 직무 수행을 최대 10년까지 제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살인·강도·강간 등의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면허·결격사유와 연계시키는 것에 이해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성환 법제이사는 “교통사고 등을 포함한 모든 범죄를 면허와 연결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를 행한 의료인의 경우 면허와 연결시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면허제도를 갖고 통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영국 등의 나라에서는 정부에서 여러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의사가 준공무원 성격을 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영업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결국 모든범죄에 대한 금고형 이상으로 면허 취소·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의료인면허 취소법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파업 등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며 “마녀사냥식으로 향후에도 부당한 법 개정 시도가 이어질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열린 제11회 대한의원협회 추계 연수강좌는 코로나 상황에 따른 인원제한으로 3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특히 현지조사·현지확인 대처법을 내과계와 외과계로 분리해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 볼 수 있도록 한 강좌가 이목을 끌었으며, 이 외에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와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다양한 강좌들이 진행됐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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