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좋아요' 한 번 누르기도 조심스러운 시기에~ 새해 소망을 말해본다.
요즘은 좀 보기 드믄 일이 되었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되면 대가족들이 모여 시국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갑론을박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족을 대표하여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던 부자간에 격한 논쟁이 벌어지기 일쑤였고, 한판 설전을 벌이고 받은 밥상 앞에서 떡국을 떠먹는 표정들이 상기되었던 적도 있었다.
해마다 이슈는 틀렸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누가 적임자라던가 이번 총선에서는 누구는 국회의원이 되면 안 된다던가 나름대로의 주장과 논리가 있었다.
이번 설에도 어김없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와 촉박하게 돌아가는 대선정국에 대해 모두들 할 말이 많으리라 여겨졌지만 막상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는 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번 세밑에 닥친 탄핵정국은 이를 지지하는 그룹이나 이를 비판하는 그룹이나 그 속내를 쉽게 드러내기가 힘든 묘한 감정의 부담이 있다.
특히 정통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은 탄핵 추진 이유와 절차상의 하자에 대해 분노하고 있고,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들도 촛불시위의 장기화와 일상화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여기에 탄핵정국을 유발한 검찰과 언론에 대한 음모론이 더해지면서 이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하는 보수층과 이를 묵살하고 마지막 피치를 올려 탄핵을 완성시키려는 세력 간의 힘겨루기가 예측 불가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다 의사 사회에서의 대립은 보수와 진보라는 보편적 논란의 틀을 벗어나 극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요즘 SNS를 보면 세 부류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자신감 있는 논리로 보수진영의 주장을 당당하게 피력하며 그 반대 논리에 대해서는 극히 혐오스러움을 표시하는 그룹과 대중적인 지지기반 위에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진보적 정의를 열심히 실천하는 이들, 그리고 그 어디에도 속하길 거부하는 소심파가 아닌 소신파들이다.
이는 의사들도 예외가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양극화 된 느낌이다.
그동안 오프라인이나 포탈에서 쌓아온 동질성과 친분은 서로의 관계형성 기준에서 더 이상 우선적 판단기준이 아니다.
온라인 사회관계망상의 사상의 동질성과 행동의 일체감이 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느낌이다. 그러기에 공감 가는 글에 ‘좋아요’ 한번 누르기도 조심스럽다.
그동안 의사사회는 의사라는 직업 자체로 동질감을 느끼는 사회였고, 이는 의사라는 직업 자체의 보편적 보수성 때문에 비교적 균질성 있게 그 순수성이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 의사 수가 12만명이 되었고 연령적 분포도 3세대에 걸치게 되었다. 즉 할아버지. 아버지, 손주 모두 의사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하나로 존재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비록 세상이 변했어도 의사는 그냥 의사라는 동질감으로 한 울타리 안에 존재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그러려면 우선 명절날 가족들과 같이 상기된 표정으로 정치적 소신을 얘기하지만 막판으로 가지 않고 한 밥상에서 떡국을 나눠 먹던 그런 절제된 느낌을 공유하며 의사가족으로서의 일체감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동안 수많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겪어 보았지만 어느 누구도 의사를 위한 정책을 펴는 이는 없었다.
다만 득표를 위해 국민을 위하고 의사를 위하는 척 하는 것만 보았다. 의사는 의사로서 보람을 갖고 긍지를 갖고 의업에 종사할 수 있기 만을 바랄 뿐이다. 무슨 특별한 대접을 바라는 게 아니다. 여기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다.
얼굴 붉힐 일도 없고 혐오 할 일도 없다. 서로를 배려하며 의업이 존중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
탄핵정국 속에서 소신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들을 존중하는 만큼 이를 신중히 지켜보며 대한민국이 바로 서길 기원하는 소신파를 지지한다. 새해에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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