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며칠 전 뉴스에서 동자동 쪽방촌의 한 남성분이 집 안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초생활수급자였고 당뇨병과 췌장염, 알코올 의존까지 앓고 계셨다고 했다. 제가 일하는 지역은 아니었지만, 뉴스를 보며 자꾸 마음이 무거워졌다.
만약 누군가가 그분의 방 문을 두드렸더라면, 만약 제가 그 근처를 돌보는 간호조무사였다면, 정말 아무것도 달라질 수 없었을까.
나는 현재 방문간호센터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집을 방문한다. 환자의 고혈압 약을 챙겨드리고, 상처 소독을 해드리고, 식사량이나 통증을 물어보기도 한다. 주기적으로 병원에 함께 가드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약보다 말을 더 많이 건낸다. “괜찮으세요?”라는 한 마디에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을 만나면, 제가 하는 일이 간호 이상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안에서는 간호조무사로서 방문간호 업무에 참여할 수 있지만, 그 외 영역에서는 여전히 역할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주민센터나 보건소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맡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장기요양보험을 벗어나면 간호조무사는 공식적인 방문간호 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문간호는 단순한 의료기술만으로 되지 않는다. 문을 두드릴 용기, 다시 찾아갈 체력, 주민과 눈을 맞추는 자세가 함께 요구된다. 지금의 간호조무사들은 이미 그런 현장에 오랫동안 있어 왔고 그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과 제도는 여전히 간호사를 중심으로만 이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간호 인력이 늘 부족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보건소든 위탁기관이든, 방문할 사람이 없어 서비스가 지연되는 일이 자주 있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간호조무사라는 인력이 있음에도, 그들을 활용할 수 없도록 막는 제도는 결국 현장을 더 지치게 만든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그 공백 사이에서 끝내 구조되지 못한다.
돌봄은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모두가 제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누군가의 건강을, 삶을 지키는 일이라면, 자격을 가진 사람이 현장에 있는 이상 그 손을 활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간호조무사로서 제 경험은 늘 부족한 인력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사람을 돌보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 최선이, 제도 밖에서만 작동한다는 것이 늘 아쉽다. 저는 단지 더 많은 이웃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저처럼 준비된 간호조무사들이 제도 안에서 인정받고, 여러 보건의료 영역에서도 제 몫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분의 마지막이 제게 남긴 질문은 여전히 저를 따라다닌다. “제가 그곳에 갔더라면, 그분은 혼자 돌아가시지 않았을까요?” 그 질문에 언젠가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현장을 바꾸는 법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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