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의사들에게 호의적인 위정자는 없다. 오직 표만 있을 뿐이다.
2000년 이후 의료계와 정부는 사사건건 부딪쳐왔다. 특히 건강보험 원가 보전이나 수가 인상 등 정부 예산 지원이나 보험료 인상이 수반되는 부분과 의료규제 강화 측면의 사안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했다.
또한 정부와 집권 여당은 보수나 진보를 떠나 국민들에게 표를 얻는 정책이라면 이를 관철시키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주로 의료 관련 악법을 제정 혹은 개정할 때나 대국민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시행하려 할 때 더욱 그랬다.
물론 야당도 표가 되는 것이라면 여당 못지않게 반의권적인 행태를 보여 왔지만 주로 이념적인 면이 작용한 것으로, 특히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들은 무상의료 등 뒷감당이 힘든 사회주의적인 정책을 주장할 때 특히 그러했다.
하지만 역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정부와 집권 여당 쪽이라서 의료계는 주로 정부 여당 측과 대립하고 원격의료 반대나 의료영리화 반대 주장에서 보듯이 야당과는 사안별로 공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동안 의료계는 적정부담, 적정수가, 적정진료의 원칙하에 진료원가 보전과 수가 인상을 요구하며 상급병원과 의원이 경쟁하는 소모적 구도에서 탈피해 올바른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수용하자면 여야를 불문하고 보건의료분야 재정지원을 위한 의지가 확고해야 하고 적정부담을 해야 할 국민들도 앞장 서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표심을 손상할까 우려하여 총대를 메고 나설 정권도 정당도 없었다.
의료전달체계 역시 너무 쉽고, 싸고, 신속한 상급병원 이용으로 결국 의료자원을 낭비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당국은 조금 불편하지만 합리적인 의료소비를 하도록 국민을 설득하고 관련 입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당국이나 정치권에서 이를 수용하도록 하기 위한 의료계의 방안은 '의료계에 호의적인 위정자는 없고 오직 표심만이 있다'는 문장 속에서 찾아야 한다. 그들을 움직이려면 의료계의 표심을 정량화하고 이를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표심시위는 대체재가 없다는 의료의 특성상 집단행동으로 의료계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한 2000년도 의약분업 사태와 이후의 휴, 폐업 투쟁과 대응되는 방법으로 의료계의 정치세력화로 지칭된다.
집단휴진 등 무력시위도 결국 표심의 향배에 영향을 받는데 국민들이 불편해지면 원성이 집권 여당이나 정치권에게 돌아가 표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표심시위는 무력시위보다 훨씬 직접적, 효율적이고 상호간 부담이 적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후보 당내경선을 위한 국민선거인단 모집이 진행되고 있고 다른 정당들도 경선을 위한 룰을 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정정당, 특정후보 지지 여부와는 별개로 전화 한통화면 선거인단 합류가 가능하다.
대선, 총선 등 정치일정별로 각 지역에서 본인이나 주변인의 선거인단 참여, 혹은 특정선거 참여 의지를 지역의사회 등에 통보하고 이를 집계하면 이것이 바로 의료계 표심의 정량화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표심시위가 가능하다.
물론 눈먼 표심에 맛 들여진 위정자들에 맞서 의료의 큰 틀을 개혁하기 위한 한판 승부를 준비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러한 표심시위를 통해 일부 의료현안 개선이 가능하고 의료악법이나 과잉규제를 철폐 할 수 있다.
위정자들은 국민의 표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머리를 조아리며 손을 내민다. 의료계의 표심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이벤트 참여와 정량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의사들에게 호의적인 정치가는 없다. 오직 표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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