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이준행 QI 실장 "비용 부담∙방대한 서류작업∙병원 규모 미고려 일괄 기준 등 제한점"
사진=한국의료질향상학회 유튜브 채널 라이브 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 2010년부터 시행돼 온 의료기관 평가인증 제도가 긍적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낮은 참여율과 준비 과정에서 투입되는 고비용 등 여러 제한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QI 실장을 맡고 있는 소화기내과 이준행 교수는 24일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주최로 열린 의료기관 평가 인증제도 관련 토론회에서 ‘현행 의료기관 평가 인증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 교수는 먼저 지난 8일 기준으로 인증이 의무인 요양병원을 제외한 의료기관들의 인증 참여율이 25.8%로 낮다는 점을 짚으며 이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전공의 수련병원 지정, 의료질 평가 지원금 등을 위해 인증이 필수적인 상급종합병원은 참여율이 100%인 반면 종합병원은 60%대, 병원급은 10%대로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소규모 의료기관의 참여율 저조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적잖은 영향력을 미친다”며 “종종 언론에 보도되는 환자안전 이슈는 대형 의료기관은 물론 작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데 인증은 큰 병원만 받고 있는 형국이라 상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소규모 의료기관 참여율 문제 해결을 위해 입문인증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사업 성과도 좋았다고 들었다”며 “확대 여부는 모르지만 좋은 시도 였다. 기준을 좀 약화시켜 중소병원 참여를 유도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언급한 것은 비용 문제였다. 의료기관 인증제에 대한 한국병원정책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증제 참여 저해 요인은 인증기준 충족을 위한 소요 비용 대비 인증획득으로 인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적어도 재무적으로 중립적이거나 도움이 돼야 참여율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재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다면 병원 경영진으로선 참여를 주저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인증을 받아야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항목에 따라 Best of Best를 요구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단순히 법대로만 하면 통과가 되는 부분도 있어 직원들에게 인증의 목표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증이 Best of Best Practice를 위한 것인지, 모든 의료기관이 안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방대한 서류작업이 요구되며 병원 규모에 따른 고려없이 일괄적 기준이 적용되고 있단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가령 지원부서가 취약한 중소병원들은 유해화학물질관리, 의료기기관리, 소방관련 활동 등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워 외주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형식적인 대응에 그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병원 규모, 환자 특성 등을 고려해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기준의 수도 수백가지가 아니라 꼭 필요한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한, 선(先) 평가결과 공표 후(後) 이의신청 방식에도 변화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현재는 일단 등급이 발표되고 나면 이의신청을 통해 변경이 쉽지 않은데, 정정신청 후 등급발표가 이뤄지는 의료질 평가 제도 등의 사례를 참고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인증 제도에 대한 병원 직원들의 냉소적이고 무관심한 태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는 병원이 인증만을 위한 겉치레 식의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이 인증제도를 진지하게 인식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복도에 나와있던 짐이 인증기간에만 치워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걸 보면 직원들이 시니컬해 질 수밖에 없다”며 “현장에서 평소에 하던 프로세스를 자연스럽게 인증받을 수 있는 제도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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